지난 4월 15일, 메이저리그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펼쳐졌다. 미 프로야구 최초의 흑인 선수였던 재키 로빈슨(전 LA 다저스)을 기념하기 위한 ‘재키 로빈슨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1947년 4월 15일에 데뷔한 로빈슨을 기리기 위해 이 날 모든 선수들은 로빈슨의 영구 결번인 42번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이는 미 프로야구에서 인종의 벽을 허문 로빈슨에 대한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사실 지금 흑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것은 로빈슨이 선수 생활의 시작을 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40년대 미국사회는 여전히 메이저리그라는 현대 야구의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백인 선수와 똑같이 대할 만큼의 너그러움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이라 하여 흑인들이 생활 전반 이용 시설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에 로빈슨 역시 심판들의 ‘보이지 않는 편파 판정’속에서 상당히 어려운 데뷔전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로빈슨이 싸워야 할 대상은 심판과 상대 선수들 뿐만이 아니었다. ‘경기에 선발로 출장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백인 팬들의 협박과도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 로빈슨은 묵묵히 앞만 보고 걸었다. 그리고 그의 노력은 결국 ‘신인왕’이라는 값진 결과로 나타났다. 이때를 시작으로 각 구단들도 ‘뛰어난 흑인 선수’에 대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즉, 재키 로빈슨을 단지 최초의 흑인 선수쯤으로 넘기기에는 무언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미국 사회를 변화시킨 촉매제였고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메이저리거가 무엇인지 현재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좋은 귀감이 되는 선수였다.

매년 4월 15일이면 모든 선수들이 그의 영구결번인 42번을 달고 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1997년, 재키 로빈슨의 데뷔 50주년을 맞아 전 구단에서 42번을 영구 결번으로 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도 셰이 스타디움을 방문하여 미 프로야구 최초의 흑인 선수, 로빈슨에 대해 최고의 경의를 표했다. 이후 미국인의 우상으로 자리 잡은 그의 번호 42번은 앞으로 그 누구도 달 수 없게 되었다.

‘베이브 루스의 날’도 있어

‘재키 로빈슨의 날’이 미국 사회를 변화시킨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면 ‘베이브 루스의 날’은 미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700홈런을 기록한 베이브 루스를 기리기 위한 날이다. 통산 타율 0.342, 714홈런, 2217 타점 등 선수로서는 믿기지 못할 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루스는 이후 미국 전역을 돌며 유소년들을 위한 야구 지도에 나섰다. 이를 안 야구계 원로들은 루스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47년 4월 27일을 기점으로 ‘베이브 루스의 날’을 만들어 그 날 경기의 수익금을 전액 루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는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한 원로에 대한 진심어린 경의를 표하는 행사였다.

루스 사후에도 이 행사는 멈추지 않았다. 이때부터 매년 4월 27일을 ‘베이브 루스의 날’로 정하여 그 날 경기의 수익금 전액을 유소년 야구 기금으로 내놓기도 했고, 일부는 고아들이나 불치병 아동들에게 전달하는 뜻 깊은 행사로 이어지게 됐다.

이 외에도 양키스의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요기 베라를 기리기 위해 세운 ‘요기 베라의 날(매년 7월 18일)’도 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에서는 야구계에 큰 공을 세웠거나 모범이 되는 원로들을 위한 날을 제정하여 이들에게 아낌없는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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