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com)>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이하 에이로드)의 스테로이드 양성 반응에 대한 보도가 있은 후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 반응이 안타까움으로 나타나든지, 아니면 고소하다는 식으로 드러나든지 간에, 충격의 종류와는 관계없이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슈퍼스타의 스캔들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건, 아니면 멀리 떨어진 한국 땅에서건 야구팬들의 발길이 잦은 커뮤니티에는 가지각색의 의견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시즌 중에 비해 이슈 거리가 적은 스토브리그 기간이라 다소 조용했던 게시판이 갑작스레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논할 것 없이 누리꾼들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반응은 일정한 몇 가지 정형성을 보이고 있다.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팬들의 반응을 살펴보자.


1. 경악 - “나 이제 메이저리그 안 볼래!”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음을 알게 된 일부 팬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두 번 다시 메이저리그를 보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들도 있다.


“에이로드만은 다를 줄 알았다”는 팬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본즈의 얼룩진 기록을 지워줄 깨끗한 선수’라고 생각했던 에이로드가 있었기에 지난 몇 년간의 실망을 참고 견뎌온 일부 야구팬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빠져버린 듯하다.


정정당당한 승부야말로 스포츠의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2. 비난 - “에이로드의 기록에 별(*)표를 달아야 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에이로드를 비난하는 야구팬들이다. 특히 ‘손치기 사건’과 ‘마돈나와의 스캔들’ 등으로 인해 그의 도덕성에 의문을 가져왔던 사람들, 그리고 숙명적으로 그와 라이벌이 되어 비교되어 왔던 몇몇 선수들의 일부 팬들은 ‘잘 걸렸다’는 듯이 ‘에이로드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다.


실망스러운 사건이기에 이러한 반응이 가장 일반적이고,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비난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번 보도가 ‘혐의’가 있음을 밝힌 것일 뿐, ‘사실’이 드러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메이저리거의 85%가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스테로이드 전도사’로 자청하는 호세 칸세코의 말이다. 칸세코가 에이로드를 대상으로 했던 발언을 예로 들며 ‘이미 알고 있었던 일 아니냐’라고 비난하는 팬들은 언젠가 자신들이 응원하는 팬들이 용의 선상에 오르게 되면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는 것인지 심히 궁금하다. 지금은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3. 물 타기 -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선수 없다!”

에이로드의 팬들 가운데 일부, 그리고 어떤 일이든 조금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려는 팬들은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굳이 들춰내려면 베이브 루스와 행크 아론도 예외일 수 없다”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판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라는 선수의 팬층이 워낙에 두텁기 때문에, 이러한 물타기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루스에 대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고, 아론 역시도 자신의 자서전에서 각성제의 일종인 암페타민을 사용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80년대에는 선수들이 뒷주머니에 넣어 놓은 코카인이 부서지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만 했다는 웃지 못 할 사연을 털어 놓은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이로드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혐의’에 불과하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역시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꼭 법적인 처벌은 아니라 하더라도, 프로 선수에게 진정으로 무서운 것은 바로 팬들의 외면 혹은 손가락질이 아니던가.


4. 자포자기 혹은 무관심 - “그래서 어쩌라고?”

2007년 12월, 메이저리그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미첼 보고서’가 발표된 순간 모든 기대를 접어버린 팬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이미 1년 전에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 그러한 부분에 대한 면역이 생겨버린 팬들에게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라는 또 한 명의 슈퍼스타가 금단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았다고 해서 특별히 더 실망할 여지도 없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주범도 없고 그 근원도 짐작키 어려운 현 시점에서 굳이 ‘마녀사냥’식으로 이름이 드러난 선수들을 몰아가봤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과거의 죄일 뿐, 정식 규정으로 도핑 검사와 처벌이 생겨난 이후에는 그러한 부정행위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스테로이드가 메이저리그를 잠식했건 말건 간에, 자신은 여전히 메이저리그를 좋아하고 즐기겠다는 생각, 더 나아가 ‘아쉽지만 과거의 잘못은 용서해줄 것이니,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팬들이다.


어쩌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야구계에서 팬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태도가 가장 현명한 것인지도 모른다. 단, 그것이 단순한 ‘현실도피’라면 매우 곤란하다.


▶ “일단 조금만 기다려보자”
이것은 필자의 생각이다. 당장은 어떠한 ‘사실’도 드러나지 않았다. <SI.com>을 통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은 다음과 같다.


“취재를 해본 결과 4곳의 취재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들이 말하길 ‘에이로드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하더라”


<SI.com>은 ‘~카더라 통신’의 형태를 빌어 ‘에이로드의 스테로이드 사용’이라는 혐의를 보도했을 뿐이다. 즉, 그 기사가 ‘에이로드가 도핑 검사 결과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후에 있을 에이로드의 대응과 추가로 밝혀질 지도 모르는 ‘증거(혹은 증인)’가 나타날 때까지는 팬들이 조금만 참고 그 반응을 유보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는 ‘루머’로 인해 일부 연예인이나 공인이 죽음까지 선택한 것을 목도한 전례가 있다. 에이로드를 향한 비난이든 변명이든 혹은 용서든, 그 모든 것은 ‘에이로드의 스테로이드 사용’이 ‘진실’로 드러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일단은 조금만 기다려보자.


// 김홍석(http://yagootimes.com/)

(PS. 오늘 아침에 공개하려고 어제 오후에 미리 써둔 글인데 그 사이에 에이로드가 스테로이드 사용을 시인했군요. 덕분에 야구타임스에는 올리지 못하겠고, 일단 블로그를 통해 공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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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버릭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에이로드 는 믿었는데 에이로드가 약을 먹다니.,

    이건 정말 충격이네요 지금 상태라면 에이로드가 본즈의 기록을 깬다해도



    어떻게될지. 그리고 에이로드 명예의전당 가는것도 그렇고 .


    정말로 이제 깨끗한 선수는 알버트 푸홀스 밖에 없는듯 하네요


    저는 3번째 와 같은 생각이에요 털어서 먼지 안나는 선수 어디있을까요?

    에이로드가 약을 먹었다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


    근데 에이로드 처벌도 못한다면서요?? 금지약물먹고도 처벌을 못하다니

    그럼 앞으로 누가 약을 안먹을까요? 메이저리그가 점점 망가져 가네요

    2009/02/10 17:14
    • Favicon of http://mlbspecial.net BlogIcon 카이져 김홍석  수정/삭제

      에이로드가 사용한 건 금지약물이 아닙니다
      그 당시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당연히 처벌을 못하죠^^;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네요
      푸홀스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약먹을 선수 거의 없을 겁니다
      2005년에 규정이 만들어져서 그 후로는 계속된 약물 검사 등으로 제법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모두 과거의 죄를 들춰내는 작업입니다
      물론 과거의 일이라고 해서 그냥 용서해 줄 수는 없겠지만요

      2009/02/11 09:12
  2. 무적함대NYY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1-2번 섞였습니다... 정말 실망했습니다.

    에이로드나 본즈나, 클레멘스 다 똑같고 셋다 명전 못가야 됩니다라고 생각하구요

    푸홀스도 깨끗하란 법 없고,,, 이치로는 절대로 지는 아니라고 했는데 진짜 실링이 104명 명단공개 하라고 했는데 하여간 메이저리그에서 잘나가는 선수들은 거의다 약물복용자였다라는 것은 좀 충격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페팃처럼 한두번으로 끝난게 아니라 2-3년 이상 복용해온거라니 -__-)

    근데 에이로드가 법원에서 내린 court order (이번 사건에 대해서 함구하라는)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사법처리 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그렇게 되면 결국 이 발언으로 인해 에이로드는 양키스와의 계약파기까지 될 수도 있고 본인의 커리어에 심각한 문제로 흘러갈 수도 있겠네요.

    2009/02/11 14:24
    • Favicon of http://mlbspecial.net BlogIcon 카이져 김홍석  수정/삭제

      메이저리그에서 잘 나가는 선수 전부가 약물 복용자는 아닙니다
      전 오히려 이번 보도에서 일말의 희망도 발견했거든요^^
      SI에서 보도한 2003년도의 도핑 테스트는 당시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등재되어 있던 선수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104명이 양성 반응을 보인것이죠
      즉, 당초 저희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리고 그 104명 가운데 이미 65명 정도는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미첼 레포트에 이름을 올린 88명 가운데 20명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2003년도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던 선수들이니까요
      즉 나머지 40명이 문제라는 건데요...
      지금까지의 비중으로 봤을 때 큰 충격을 안겨줄만한 슈퍼스타는 2~3명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 명단 가운데 푸홀스와 매니는 절대 없었으면 싶네요...

      2009/02/12 01:19
    • 무적함대NYY  수정/삭제

      저도 푸홀스, 매니, 아담던, 이치로 같은 선수들은 제발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9/02/12 13:23
  3. albert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홍석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에이로드를 약간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것은 저분일까요?>

    2009/02/12 00:39
    • Favicon of http://mlbspecial.net BlogIcon 카이져 김홍석  수정/삭제

      비단 에이로드 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스테로이드와 연관된 모든 선수들은 팬에 대해서 가해자이며, 사무국에 대해서는 피해자라고 생각을 합니다
      98년도에 맥과이어가 홈런 신기록을 세울 때 이미 근육 강화제를 사용하고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죠
      하지만 당시에 그냥 웃어 넘겼습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요...
      그때 사무국에서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면 지금의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겠지요
      일부 학생들이 티 안나게 커닝해서 좋은 성적이 나오니까
      마치 학교 측에서 커닝하라는 식으로 감독 선생님들 다 빼놓고 나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자 커닝한 학생들 적발해서 처벌하는 식이랄까요?
      물론 무고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뜻에서 그 학생들은 분명히 가해자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가장 나쁜건 버드 셀릭이니까요...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태껏 30년 동안 수도 없이 남을 기만하고 부모님께 거짓말 하고 때로는 저 자신을 속이기도 하면서 살아왔던 저로서는...
      과거의 잘못을 시간이 지난 후에 다 까발려서 처벌하려는 듯한 현재의 모습에 그닥 동조할 수 없네요
      '죄'가 아니었던 시절에 저질렀던 '양심의 죄'를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기에는 제 스스로가 너무 깨끗하지 못하거든요...

      2009/02/12 01:16
    • 222  수정/삭제

      김홍석님 말씀은 잘 알겠지만...이제 시대적 기준이 바뀐거잖아요...그리고 맥과이어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그리 먼 과거도 아니고 거의 현재진행형 우리가 겪고 있고 모두에게 영향이 가는 현재에 일어난 일이고 세계가 알고 있는 유명인사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주고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인데..그들이 부정한 짓을 했따면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도 큰것임이 당연한것이 아닐까요???

      예를 들면...나폴레옹의 참극의 역사가 죽어버린 역사라면 히틀러의 참극의 역사는 아직 그 시대의 증인이 살아있으며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라는 점에서 더 많은 영향력이 있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2010/01/1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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