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WBC의 1차 예비 엔트리가 발표된 월요일, 다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김인식 감독 등이 선정한 명단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의 백차승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10년 전에 한국 야구계에서 영구제명을 당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2005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비운의 메이저리거 백차승. 그의 이름이 예비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야구와 관련된 각종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인지에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백차승의 대표팀 합류는 가능할까? 현실적인 문제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한다.
▶ 미국 국적인 백차승의 WBC 출장이 가능하긴 한가?
“(조국을 저버린 그를) 출장 시키는 것이 옳은가?”의 당위 문제는 일단 제쳐 두고, “미국 국적을 지닌 선수의 출장이 가능한가?”라는 현실 문제만을 고려해 본다면, “가능하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WBC는 올림픽 등의 여타의 국제대회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메이저리그에는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속해있고, 그 중에는 두 개 이상의 국적을 가진 선수들도 많다. 특히 자기 자신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부모는 중남미나 유럽인인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대회 위원회는 선수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 자신이 태어난 나라 외에 부모의 출신 국가 소속으로도 대회에 출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제1회 WBC에서도 이런 경우가 많았다.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난 미국을 대표하는 포수 마이크 피아자는 아버지의 나라를 따라 이탈리아 대표로 출장했고, 반대로 알렉스 로드리게스 같은 경우는 아버지의 나라 도미니카 공화국 대신 뉴욕에서 태어난 자신의 국적을 따라 미국 대표로 출장했다.
아직도 메이저리그 관련 기사에서 백차승을 언급할 때면 'Cha Seung Baek, of Korea'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국적과는 관계없이 백차승도 (뽑아만 준다면) 한국 대표로 출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 대표로 선발될 만한 실력은 있는가?
90년대 말 한국의 고교 야구계는 3명의 걸출한 동갑내기 투수들이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부산고의 백차승도 그 중 한 명이었으며,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두 명은 당시 최강이었던 신일고의 에이스 겸 4번 타자였던 봉중근(LG)과 신일고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평가받았던 경남고의 에이스 송승준(롯데)이다.
당시 부산고는 비교적 약체였기에, 팀으로서는 다른 두 학교를 따라갈 수 없었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만큼은 백차승이 단연 최고로 인정받았었다. 최고 구속이 시속 145~147km 정도였던 봉중근과 송승준에 비해, 그 정도의 구속을 평균으로 기록하며 최고 152km의 강속구를 구사했던 백차승은 스카우터들 사이에서 부동의 투수 랭킹 1위였다.
백차승은 동갑내기인 일본의 마쓰자카와 고교시절 국제무대에서 만나 자연스레 비교대상이 된 적이 있다. 당시 그 대회들을 보러왔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대부분 ‘당장의 완성도는 마쓰자카, 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백차승’이라는 일관된 평가를 내렸었다. 박찬호의 뒤를 이을 메이저리그의 아시아 출신 에이스 후보 1순위가 바로 백차승이었던 것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시 백차승(125만)의 계약금이 봉중근(120만)이나 송승준(90만) 달러보다 많았던 것은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봉중근과 송승준은 결국 메이저리거로서의 꿈을 버리고 국내로 복귀, 둘 다 올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국으로 복귀할 수 없는 백차승은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올 시즌 드디어 샌디에이고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다. 라이벌들이 그토록 바랐던 꿈을 홀로 남아 이루어낸 것이다.
백차승은 올해 32경기(21선발)에 출장하여 141이닝을 던졌고 6승 10패 평균자책점 4.79를 기록했다. 크게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후반기에 4승 5패 4.30의 좀 더 좋은 성적을 보여주면서 내년 시즌 3선발로 일찌감치 낙점된 상태다.
그는 빠른 직구와 결정구인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직구의 평균 스피드가 시속 91.3마일(147km)에 달하며 슬라이더의 속도도 평균 85.8마일(138km)이나 된다.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얼마든지 구사할 수 있으며, 제대로 긁히면 140km가 넘는 예리한 슬라이더가 포수 미트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백차승 만큼의 스피드와 제구력(43볼넷)을 겸비한 선발 투수는 KIA의 윤석민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능력치만 놓고 본다면 최종 엔트리에 뽑힐만한 실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시즌 WBC 본선 대회가 열리는 구장 가운데 하나인 샌디에이고의 PETCO파크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점은 백차승만이 지니고 있는 큰 장점이다.
▶ 이제는 꼬인 매듭을 풀어 보는 것은 어떨까?
대회 출장이 가능하고 대표로 뽑힐만한 실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 일은 그런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백차승의 대표 합류는 불가능하다. 바로 팬들의 용서와 인정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선발 위원들이 큰 결단을 했다고 본다. 한 번쯤은 ‘백차승의 원죄’를 공론화 시켜서 뒤엉킨 매듭을 풀 필요가 있다. 그 결과가 백차승이라는 아직은 ‘젊은’ 투수를 향한 한국 야구계와 팬들의 ‘용서’가 되던, 아니면 ‘완전한 추방’이 되던 간에,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상황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8년 아시아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태업(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강판)을 벌였다는 이유로 백차승이 영구제명을 당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아직도 속사정이 완전히 밝혀지지 그 사건의 내막은 이제 와서 다시 풀어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말고는 달리 아무런 길이 없었던 백차승은 99년 출국 이후, 단 한 번도 귀국하지 않았기에 병역법 위반자로 명시되기도 했었고, 2005년 미국 시민권자인 현재의 부인과 결혼하면서 한국 국적의 포기를 선택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백차승(28 )이 3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후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이야기 하던 중, 지난 올림픽 야구 경기를 보며 가슴이 벅차고 뿌듯하였다며, 당시의 감격을 떠 올리며 눈시울이 붉혔습니다.”
위는 Daum 스포츠 해외야구 카테고리에서 <홍순국의 MLBphotographer.com>을 연재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전문 사진기자 홍순국 기자가 올림픽이 끝난 후 백차승을 만나고 나서 쓴 기사의 내용이다. 한국을 떠나 있고, 다른 국적을 가지긴 했지만 그 속은 여전히 한국인임을 느낄 수 있다.
10대 시절의 실수(또는 오해)는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앗아갔고, 20대 중반에 내린 하나의 결정은 자신이 태어난 조국마저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만약 내년 WBC에서 대표로 뛰게 되더라도, 백차승의 국적은 여전히 미국이다. 그것까지 돌이키기에는 병역 문제를 비롯하여 그 동안 쌓여버린 문제가 너무나도 크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백차승에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아버지의 나라를 위해 속죄의 의미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쯤 허락해도 되는 것은 아닐까. 시간을 되돌려 원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과거에 저지른 잘못은 용서할 수도 그리고 용서받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속죄의 기회’를 주자는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의견도 비난받을 일만은 아닌 듯하다.
선수 선발은 위원회의 고유권한이지만, 백차승의 선발만큼은 야구팬들이 그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기 전까지의 여론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그 여론은 지금부터 야구팬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아직은 단정지을 수 없다. 다만, 10년 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너무나도 복잡하고 민감하게 뒤엉키는 바람에 쉽사리 건드리지 못했던 실타래가 이번에는 속 시원히 풀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볼 뿐이다.
[사진출처 : 홍순국의 MLBphotographer.com]
// 김홍석(http://mlbspecial.net/)
(PS. 김인식 감독님께서 나름대로 큰 맘 먹고 결단하신 듯 해서, 악플이 달릴 것을 각오하고 백차승에게 기회를 주자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잘못은 누구나 저지르는 것이고, 용서라는 것이 없다면 세상은 지옥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 이곳 블로그를 좀 더 편하게 보고 싶으시다면 Daum View로 구독해 보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국적'이라는 단어는 국가간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생긴 단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2008/12/02 09:35그러나 '조국'이라는 단어는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는 땅이 아닐지라도, 자신이 한 번도 보지 않는 나라라도 언제나 가슴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차승 선수는 물론 자신의 간절한 필요에 의하여 국적을 버렸을 망정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조국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역'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이제는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 남자들의 문제 가운데 하나가...
2008/12/03 14:35군대 갔다온 걸 무슨 벼슬이라도 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저도 현역으로 갔다 왔지만...
군대 문제만 얽히면 너무들 민감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백차승 욕하는 분들 이해가 안갑니다. 그 상황에서 어느 누구라도 미국행을 택했을 것이고,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막상 본인이 그런 비슷한 상황에 처해보십시오,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2008/12/03 08:44유승준에 비교하시는 분이 많으신데 유승준이 가요계에서 추방당했었나요? 아니죠. 비교대상이 아닙니다. 적절하지 못한 비유입니다.
국가를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국가와 국민이 서로 공존을 해야지 (물론 국가가 버린건 아니고 야구계에서 버린거지만)
뭐 근데 본인이 안하겠다고 하네요. 사실 KBO에게 원한이 쌓일대로 쌓인 백차승이 굳이 WBC에 나올 이유가 없는거겠죠, 본인 팀 사정도 있구요
유승준과는 전혀 다른 상황인데...
2008/12/03 14:36그걸 이해못하시는 분이 많죠
유승준이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금지당해서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면 몰라도요...
백차승이 완곡하게 거절했더군요
올 초에 민훈기 기자님과의 인터뷰에서는 의사가 있다고 말한 것을 본것 같은데...
아마도 국내의 여론이 신경쓰였나봅니다
저는 김인식 감독이 왜 백차승을 자꾸 끌어들이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뭐 김 감독이 그랬다는 건 아니지만 이미 백차승은 한국 야구계로부터 버림받은 선수입니다.누구의 잘못이든 간에 말이죠.버릴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네요.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나요?
2008/12/04 11:40김인식 감독이 굳이 필요했다기 보다는...
2008/12/04 22:06마침 대회가 열리는 곳에 백차승이 있고
기회를 줘도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그런거 아닐가요?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전 백차승 싫어하는데요 이유는 간단하죠 병역기피 ㅎㅎ
2008/12/04 19:11여러가지 애기 많이 들어봤지만 결론은 병역기피죠..
한국에서 야구 할 수 없었던 것도 아니고 더 좋은 기회를찾아 국적을 버렸죠
더 좋은 기회를 찾아 간 사람을 내가 욕할 권한이 있느냐? 당연히 없죠
근데 전 한국인이라서요 백차승 싫어합니다. 욕하는건 아니고 싫어합니다.
이번에 거절한걸 봐서 더더욱 마음에 안들어요 ㅋㅋ 안좋은 여론 그나마 좋게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거절이라니..
전 한국인인데 백차승을 싫어하진 않아서요...
2008/12/04 22:20알고보면 불쌍한 친구라는...^^;
백차승이 왜 불쌍한지 이해를 못하겠네요..
2008/12/05 10:05그는 한국에서 야구 할 수있었고 한국에서 야구하다가 미국 진출 할 수도 있는거고(아직은 없지만) 국대뽑힐 수 없는 것도 아니였고 한국야구에서 에이스가 됐다면 과연 과거의 그러일 때문에 안뽑을 까요?? 여론이 가만히 있을까요? 절대 아니죠 뽑죠.(고등학교시절 초 에이스였기때문에 프로에서도 잘할 확률이 높죠) 여러가지 기회중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미국 진출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가장 최고의기회를 찾아간 사람이 불쌍하다뇨 ;;
다른 나라 사람이 그 나라 국적을 버렸다면 관심도 없죠. 그랬나 보다 하고 어쨋든 칭찬은 안하겟죠. 하지만 저와 관련이 생기죠 한국인이라서.. 한국의 제도가 싫어서 한국국적을 버린 사람을 한국인인 제가 좋아 할 수가 없죠.(한국에 모든 제도가 마음에 든다는건 아니지만 )
혹시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거 아닌가요?
2008/12/05 12:36백차승은 고등학교 시절 일방적으로 영구제명을 당하는 바람에 한국에서 뛸 수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연히 국대에도 뽑힐 수 없었구요
그래서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고
그 결과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한 건데요...
백차승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지만...
2008/12/06 13:14그렇다고 WBC 대표로 뽑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합니다.
군대문제는 제외하고...사실 본인이 참가하고 싶은지 여부도 불투명한거 아닌가요?
그리고 솔찍히 불쌍하다고 생각이 들지도 않습니다.
물론 잘했으면 하지만요
저는 당시 청소년 대회때의 일이 비록 태업이라고 할지라도 백차승을 당시 행동을 지지합니다. 야구 외에는 미래가 없는 한 선수가 본인의 선수 생명을 걸고서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게다가 솔직히 뭐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도 아니고) 팔꿈치가 부숴져라 던졌어야 했나요? 또 지금껏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몸이 부숴져라 던졌던 다른 선수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 주었었나요?
2008/12/07 10:36몸이 부숴져라 던져서 금메달 하나 따 온뒤 사라지는 것보다, 어느 리그건 계속해서 좋은 투구를 보여주는 것이 좋단 말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김의석의 의견에 동감 못한다고요. 이승엽은 군대 가서 총 들고 있는 것보다 도쿄돔에서 홈런 치고 있는 것이 오히려 국방에 도움이 될꺼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