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간 동안 가장 가슴 한 켠이 씁쓸했던 일이라면 역시 임수혁의 악플러 사건이었다.
단지 축구 갤러리 게시판과 야구 갤러리 게시판 이용자들의 사이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8년째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그런 말들을 쏟아낼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어이가 없는 정도를 넘어서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참고 : '사죄' 악플러 "솔직히 임수혁에 대해 잘 몰랐다")
부산에서 태어나 골수 롯데 팬이었던 나로서는 마해영과 임수혁의 ‘마림포’라는 멋들어진 별명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2000년 4월 당시 4박 5일로 어디를 잠시 다녀오는 버스길에 스포츠 신문을 샀다가 그가 그라운드에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었는지...
문제의 발단이 된 디시인사이드도 찾아가봤고, 그 악플들의 소식을 다룬 블로그의 포스팅도 여러 곳을 살펴봤다. 현재 대한민국의 네티즌 문화가 얼마나 곪아 들어가고 있는 지를 잘 알 수 있었다.
그들을 법적으로 처분해야 한다는 운동도 일고 있지만... 그것 자체가 한 편으로는 씁쓸했다.
그리고 더욱 맘에 안 드는 것은...
악플러 사건이 뉴스로 보도되자마자, 그 관련 기사에는 수백에서 수천에 달하는 리플이 달렸다. 그만큼 관심이 컸다는 뜻이고, 굳이 야구팬이 아니라 할지라도 누구나 보기에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문제는 그 리플 가운데도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욕설과 악플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임수혁은 안타까운 사고로 병상에 누워있으니까 욕하면 안 되고, 잘못을 한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게 무분별하게 욕을 해도 되는 것일까? 그것도 공개되어 있는 인터넷 상에서? 또 다른 문제가 거기서 시작된다.
안타까운 사정이 있거나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만 욕을 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욕먹을 짓을 했다 하더라도 인터넷 상에서 그렇게 욕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 아니던가? 그런 사건에는 욕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 자체가 현재 한국의 네티즌들의 인터넷 문화 수준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향한 욕이나 무조건적인 비방은 용납되지 않는다.
임수혁은 욕하면 안 되지만 연예인이나 정치인, 그리고 기자들은 무분별하게 욕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임수혁 악플러 사건 보도 기사를 보면서 악플러들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서슴지 않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임수혁 같은 대상은 피할지언정 다른 이들을 대상으로는 그 동안에도 악플을 달아 왔던 사람들이라는 뜻이 아닐까.(물론 그 전부가 다는 아니겠지만)
한글이란 참으로 위대한 언어다. 굳이 욕을 하지 않고도, 악플을 달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욕을 해야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과 비방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이들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누군가가 잘못을 하니 벌집을 들쑤신 것처럼 시끄럽고 소란스럽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죽여라’를 외치는 영화 속의 로마 병정들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그들은 여전히 모른다. 임수혁의 악플러들에게 무차별적인 욕설을 퍼붓는 그들 자신이 임수혁에게 해선 안 될 말을 한 그 학생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그들 역시도 임수혁이 아닌 다른 사람들 가슴에 못을 박고 있음을.
이번 임수혁 악플러 사건은 스포츠팬의 생리나, 축구팬과 야구팬 사이의 갈등 같은 것이 주된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네티즌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인터넷 문화 그 자체다. 악플러들에 대한 처벌이 우선이 아니라 현 네티즌들의 문화를 되짚어 보고 반성을 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악플러들은 대부분 중고생이었다. 법적 처벌 문제가 나오자 고개 숙여 사과를 한다곤 하지만, 이것을 무조건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은 도대체 누구일까?
“욕을 할 만하니까 하지!”
임수혁 악플러들에게 심한 욕을 퍼붓고 난 후, 다른 이들로부터 지적을 받자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인다. ‘할 만하니까 한다’라는 생각! 이것만큼 철저히 주관적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무서운 생각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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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일 보면서 적잖은 생각을 했습니다.
2008/02/29 22:46우리 사회는 '약자'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너무 취약하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더군요.
약자에 대한 배려도 문제지만...
2008/03/01 01:37상대방 자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왜 그리들 상대방을 자극하지 못해 안달인지...
뇌까리는짓을 한 피의자나... 그걸 넘어가겠다는 피해자의 가족이나...
2008/03/01 10:44넘어가서는 안될일을 넘어갔네요... 이번기회에 확실히하고 넘어갔어야했는데요...
임수혁에대해서 몰랐다고 그냥 넘어가는게 우습더군요 ㅎ
그 어린 친구들을 처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요...
2008/03/01 16:31쩝...
참 웃긴게...
평소엔 단합이 안되면서
누군가를 욕하려고 할 때는 한 마음 한 뜻이 되더군요.
그러한 면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그 어린 친구들을 처벌안하고 넘어가면 더더욱 안되는 문제이지요. 악을 보고 비판하기위해 한마음 한뜻이 되는것도 아주 좋은일입니다.
2010/02/09 03:18악을보고도 "그럴수도 있지" 악플때문에 사람이 나가죽어도 "애들이 뭘아나? 그냥 넘어가라.." 이런행동이 더욱 무서운것입니다.
도를 넘어선 악플은 범죄라는것을 확실히 인식하고있을때 반복되지않을것이며 범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마땅합니다. 임수혁 아버지는 절대로해서는 안될행동을 하셨습니다. 절대로 관용이 아님을....
한글은 언어가 아닙니다. 한국어가 언어입니다.
2008/03/01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