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4개월 동안 정신 없이 달려왔던 2010시즌 프로야구도 전반기를 마치고 올스타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 그리고 흥미로운 기록들로 인해 팬들을 웃게도, 울게도 했던 올 시즌 프로야구. 그런 프로야구 전반기 판도에서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바로 지난해 리그를 평정했던 일부 '타이틀 홀더'들의 몰락이다.
타이틀을 차지했을 정도로 뛰어난 기록을 남긴 선수가 이듬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활약을 이어간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일정 수준 이상은 유지하는 편이다. 타이틀을 따냈던 선수가 1년만에 완전히 바닥권으로 추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올 시즌 현재 지난해 홈런, 타점, 다승, 타율, 최다안타 등 각 부문 수상자 중에서 올해도 지난 시즌에 버금가거나 혹은 그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수가 급격한 성적 하락을 보이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김상현(KIA)이다.
지난해 홈런(36개)-타점왕(127개)을 동시에 석권하며 정규시즌 MVP까지 차지했던 김상현의 올 시즌 성적은 고작 36게임 출장에 타율 .202, 8홈런 24타점에 불과하다. 고질적인 왼 무릎의 반월판 연골 손상이 악화되면서 결국 수술대까지 올랐고, 들쭉날쭉한 컨디션으로 정상적인 복귀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2009시즌 타격왕 박용택도 초라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타율 .372로 타격왕에 올랐고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박용택은, 올 시즌 67게임에 출장해 타율 .260에 그치며 다시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로 회귀한 모습이다. 지금 기록 중인 성적은 2008년 당시(.258)와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투수들 중에는 지난해 공동 다승왕 3인방의 동반 몰락이 팬들에게 아쉬움만 안겨주고 있다. 2009시즌 14승으로 나란히 공동 다승왕을 수상했던 3명의 투수 중, KIA 로페즈는 17경기에서 나와서 5.63의 평균자책점으로 단 1승(8패)에 그치는 치욕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 조정훈은 5승 3패 평균자책 4.94, 삼성 윤성환도 3승 4패 평균자책 5.53에 불과해, 셋 모두 올 시즌 성적이 형편없다. 계속된 부상과 슬럼프로 2군을 들락거리거나 선발 로테이션에서도 제외되기 일쑤다.
2년 연속 프로야구 최다안타왕에 빛나는 김현수(두산)도 작년보다 못하다. 홈런-타점 페이스는 지난해와 비슷한데 2년 연속 .357를 기록했던 타율은 올 시즌 3할 근처에서 더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4번 타자 전향 계획이 일단 실패로 드러나면서, 타순이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교타자로서의 본능과 거포 변신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아직 균형을 찾지 못했다.
지금 현재로서도 충분히 훌륭한 성적(16홈런 63타점 .301)이지만, ‘무한 성장’을 기대했던 만큼 정체되어 있는 올 시즌 성적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7월 들어 장타력에서 다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터라, 후반기에는 거포로서 좀 더 성장한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지난해 타이틀 수상자 중에서는 탈삼진 부문의 류현진(한화)과 도루왕 이대형(LG), 평균자책점의 김광현(SK) 정도가 꾸준히 자기 몫을 다하고 있는 경우다. 류현진은 생애 두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목표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으며, 김광현은 류현진이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2위에 올라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대형은 정수근에 이어 역대 2번째로 4년 연속 40도루를 기록하며 올 시즌도 이 부문에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지난해 세이브 부문 1위였던 이용찬 역시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타이틀 홀더 중 한 명이다. 지난해의 부족함을 잘 다듬어, 올해는 한층 나아진 모습으로 팬들 곁을 찾아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원왕’이라 할 수 있는 유동훈의 경우는 힘든 올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선동열과 정대현 이후 규정이닝의 50% 이상을 소화하면서 0점대 방어율(0.54)을 기록한 역대 3번째 투수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유동훈은 올 시즌 ‘불안한 마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올해도 2점대의 수준급 방어율(2.46)을 기록하곤 있지만, 18번의 세이브 찬스에서 무려 6번이나 팀의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고, 넘겨 받은 주자의 실점율도 42.3%나 된다. 이제는 조범현 감독의 신뢰도 상당부분 잃어버렸고, 그와 관련된 투수 교체가 문제가 되면서 끔찍한 16연패가 시작되기도 했다.
개인타이틀이 아니라 골든글러브 수상자 명단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꾸준히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는 지명타자 부문의 수상자인 홍성흔(롯데) 정도에 불과하다. 유격수 부문 수상자였던 손시헌(두산)은 평균 수준이고, 1루수 최희섭(KIA)과 2루수 정근우(SK)도 자기 몫은 그럭저럭 하고 있지만 지난해만큼의 활약은 아니다.
지난해는 김상현 정도를 제외하면 각 부문 타이틀 수상자들이 대거 분산되었던 것과 달리, 류현진-이대호-홍성흔, 이들 세 명이 투타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비롯해 개인 타이틀의 상당수를 가져갈 정도로 독보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야구전문가들은 2009시즌에 강세를 보였던 선수들이 대거 몰락한 것에 대하여 오히려 지난해 활약의 후유증이 독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김상현의 경우, 지난해 생애 최초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팀 내 비중이 높아졌고, 그러한 팀 사정상 잔부상을 안고 강행군을 거듭한 게 결국 탈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조정훈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위해 어깨 통증을 참고 무리한 등판을 강행했던 것이 큰 문제로 번지고 말았다.
갑자기 성적이 크게 향상되는 '몬스터 시즌'을 보낸 선수들이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드문 일도 아니다. 많은 야구인들은 이것을 경험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갑자기 성적이 좋아지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욕심이 생긴다. 무리하다 보면 스스로 본인의 페이스를 조절하는데 실패하고, 부상이나 슬럼프에 빠질 위험도 높아진다. 매 시즌 꾸준히 잘하는 선수와 한두 해 반짝하고 마는 선수의 차이는 여기서 갈린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타이틀 홀더 중에는 생애 처음으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거나, 이전에는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깜짝 스타'들이 많았다. 진정한 A급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를 구분 짓는 것은 바로 꾸준함이다. 홈런왕을 한 번도 못한 채 통산 홈런 1위에 오른 양준혁(삼성)이나 한국 프로야구의 투수관련 기록을 죄다 갈아치운 송진우(전 한화), 그리고 10년 넘는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김동주(두산) 같은 선수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1~2시즌 반짝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 기복 없이 꾸준히 활약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또한 더 어렵다.
실제로 류현진이나 이대호, 홍성흔 같이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들의 경우, 어느 날 갑자기 반짝 나타난 스타들이 아니며, 벌써 몇 년째 철저한 자기관리와 부단한 노력으로 매 시즌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케이스다. 진정한 A급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클래스 차이를 가늠하는 기준은 화려함이 아니라 꾸준함에 있음을 되새기게 되는 대목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 카이져 김홍석[사진=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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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세계에서 기록보다 꾸준함이 더 위대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2010/07/24 08:12운동선수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경기를 할 수 없다면 끝이니까요.
잘 보고 갑니다^^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죠...
2010/07/24 12:32양준혁이나 김동주가 MVP를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둘을 무시하는 팬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블로그 시핑이나 블로그 피드를 하고 글을 여기저기서 읽고 다니다 보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을 눌러달라고 많이들 하시는데 도대체 그게 어디 있는지 못찾겟어요....ㅎㅎㅎㅎ
2010/07/24 15:47피드해서 글은 꾸준히 보고 있었지만 댓글은 처음 답니다.ㅎㅎㅎㅎ
제 블로그도 놀러와 주세요......
다음뷰 추천 버튼이 피드에서는 안보이더군요
2010/07/26 11:40블로그로 직접 오시면 보인다는...^^;
최고의 타자, 선발투수, 불펜투수를 각각 잃은 기아는 여기서도 안습이네요...
2010/07/24 16:12작년엔 몬스터 3명의 힘으로 우승을 했고, 올해는 그 몬스터들을 모두 잃었네요... 윤어린이는 덤인가요... ;;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유난히 깜짝 스타가 많았었네요...
역시 진정한 스타 플레이어가 된다는 건...
타고난 재능보다는 강인한 멘탈과 철저한 프로정신에 달려있는 거겠죠...
역시... 야구는 어려워요... ㅋ
그러게요...
2010/07/26 11:41지난해 우승의 주역 3인방을 모두 잃어버렸으니
이렇게 고전하는 것도 당연하네요
뭐니뭐니해도 꾸준함이 짱이라는^^
이글을 보면서 차우찬이 많이 떠올랐네요. 작년에 보여준 선발투수로서의 모습은 상당히 불안정했지만 올해는 선발로서의 위력이 엄청나게 향상되었지요. 하지만 이게 잠깐 반짝하고 져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끔찍하네요. 윤성환, 권오준, 오승환등 선발과 불펜진 에이스가 이탈한데다가 크루세타는 불안정한 투구내용, 배영수는 구위회복이 덜 됬으며, 나이트는 최근엔 호투중이지만 기복이 심한 투구를 보여준다는 점때문에 사실상 장원삼말고는 선발로 믿을만한 투수가 없었죠. 하지만 작년에 부진하던 차우찬이 올해 윤성환이 빠진 자리를 메꿔줄 투수가 된것이 다행입니다. 하지만 윤성환의 공백이 내년까지 이어지거나 다시 생긴상태에서 크루세타, 나이트, 배영수도 올시즌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차우찬의 반짝거림마저 사라지면 그때는 정말 걱정입니다. 그렇게 됬을때 걸릴 불펜의 과부하는 상상 초월이겠죠..
2010/07/25 05:32조동찬도 올해들어 반짝하고 뜬것같더군요. 사실 데뷔시즌은 괜찮았지만 그 이후로는 3년인가 4년차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큰 활약은 없는 어느팀에서나 볼수있는 그저그런 타자였죠. 하지만 올해는 이 조동찬도 완연히 달라진 모습이 보이더군요. 하지만 조동찬은 반짝거림의 후유증보다도 당장 다가온 군 입대가 더 문제겠지요.
주절주절 이상한소리만 늘어놔서 죄송합니다. 다만 삼성선수들만큼은 부디 반짝거릴 타이밍이라서 잘하는것이 아닌 선감독의 리빌딩의 결과물로서 성공했기에 성적이 잘나오는 것이며 앞으로도 성적이 잘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차우찬은 워낙에 좋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어서
2010/07/26 11:42당장 보여주는 모습만으로는 내년에도 좋은 투구를 이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인 만큼
당장 후반기의 꾸준한 피칭이 제일 중요하겠네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2010/07/26 15:20얼마전 유명하다는 자기관리/경영 관련 강사의 강의를 들었는데요, 어려운 환경에서 피눈물나는 노력으로 성공했다가 부와 명예를 얻으면서(과거 어려운시절의 초심을 잊으며) 몰락한 사례로 프로야구선수 심정수와 김상현 선수를 예로 들더라구요. 작년 말부터 야구를 본격적으로 봐서 김상현은 아는데 심정수란 선수의 과거사는 거의 모름니다만 그래도 적절한 예는 아니다 싶었었는데, 이 글보니 많이 공감이 가네요.
그나저나 방금 양준혁 선수의 은퇴소식을 들었는데 큰 별 하나가 떠나는거같아 저도 마음이 착찹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