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메이저리그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드디어 빅리그 데뷔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숱한 화제를 모았던 선수,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된 후에도 계약금 문제를 놓고 엄청난 신경전을 벌였던 장본인, 하지만 실력 하나 만큼은 단연 최상급인 괴물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Stephen Strasburg)가 현지 시간으로 6월 8일,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9일 오전에 드디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릅니다.
아시는 분은 충분히 알고 계실 테고, 모르셨던 분들은 저 이름을 기억하셔야 할 겁니다.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전 세계 야구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을 주인공이니까요. 오죽하면 제가 이 글의 제목에서 ‘MLB 역대 최고의 괴물’이라고까지 표현을 했겠습니까. 더 중요한 건 그 표현이 제가 한 것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현지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죠. 아직 메이저리그에 데뷔도 하지 않은 ‘마이너리거 나부랭이’를 향한 표현이 그 정도라는 뜻입니다.
그를 향한 평가는 가장 간단하게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트라스버그는 마크 프라이어의 대학-신인시절보다 훨씬 좋은 투수다”
이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감이 잘 안 오는 분들이 계실 것 같군요. 그럼 간단히 설명을 해드리죠. 마크 프라이어는 알고 계시죠?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된 후 2002년 말에 빅리그에 입성, 그리고 풀타임 첫 해였던 2003년에 곧바로 18승 6패 방어율 2.43의 성적으로 컵스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고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던 선수. 하지만 그 이후 끔찍한 부상에 시달리며 팬들 곁을 떠나간 ‘비운의 천재투수’가 바로 프라이어입니다.
그가 빅리그에 데뷔할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평가는 “역대 최고가 될 자질을 갖춘 선수”였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평가인지 혹시 아시나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들은 매우 축복받은 시기를 살고 있었습니다. 그렉 매덕스, 로저 클레멘스, 페드로 마르티네즈, 랜디 존슨 같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특급 에이스들의 전성기를 직접 볼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너무나 위대한 투수들이 군림하고 있던 시절이기에 신인들을 향한 평가는 항상 진부한 평가 일색이었죠.
평범한 체구에 컨트롤이 좋으면 ‘제2의 매덕스’, 큰 키의 좌완 파이어볼러면 ‘제2의 랜디 존슨’, 당당한 체구의 우완 파워피쳐면 ‘제2의 클레멘스’, 키는 작지만 당차고 위력적인 공을 구사하면 ‘제2의 페드로’라는 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평가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저 투수들의 존재감은 위대했었지요.
그런데 그런 와중에 등장한 아마추어 애송이에게 붙은 평가가 ‘역대 최고를 향한 가능성’이었습니다. 이제 대충 짐작이 가시지요? 쉽게 말해 대학 시절 프라이어가 보여준 가능성은 앞선 4명의 투수들 조차도 능가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실제로 풀타임 1년차 때 프라이어는 곧바로 팬들 앞에 그 위력을 떨치며 그를 향한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지요. 물론 그 이후의 시간은 악몽과도 같았고, 팬들 역시 탄식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이제 곧 데뷔를 앞두고 있는 스트라스버그가 받는 평가는 프라이어 이상입니다. ‘가능성’이 엿보인다던 프라이어를 넘어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말이죠. 기가 찰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고작 3경기에 불과하지만 그의 피칭 동영상을 본 저는 이미 그 생각에 절대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한 번 보시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실 거라 확신합니다.
193cm-100kg의 당당한 체구. 최고 시속 161km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언터처블급’인 150km의 슬라이더(크헉!!), 그 외에 옵션(?)으로 장착하고 있는 ‘보통 MLB 선발 투수의 스터프급’인 커브와 싱커, 체인치업까지. 대충 이 정도가 스트라스버그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입니다. 피칭 매커니즘도 매우 훌륭하여, 팔꿈치 부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폼을 가지고 있지요.
1988년생인 스트라스버그는 2007년 샌디에고 주립대학의 1학년으로 입학해, 첫 해는 주로 팀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습니다. 그리고 2학년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그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하죠. 2008년 스트라스버그는 13경기에 등판해 97.1이닝 동안 무려 133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1.57의 방어율을 기록했습니다. 피홈런은 달랑 1개, 피안타도 61개에 불과했죠. 이 시절의 활약으로 인해 스트라스버그는 이미 대학 최고의 투수로서 다음해 드래프트 1순위를 예약한 상태였습니다.
그 해 세계 대학선수권에서 한국 대표팀을 만나 7이닝을 ‘노히트’ 13탈삼진으로 완벽하게 묵사발 냈고, 유일하게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국 올림픽 대표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가 우리나라와의 시합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었는데, 아쉽게도(혹은 다행히도?) 우리와의 만남은 어긋나버리고 말았죠.(^^)
스트라스버그는 2009년 3학년이 되어 더욱 완숙한 기량을 뽐내기 시작합니다. 이미 ‘대학 사상 최고’라고 평가 받았던 2학년 시절의 활약을 더욱 능가하는 성적을 내기 시작한 것이죠. 15경기에 등판한 스트라스버그는 109이닝을 소화하면서 1.32의 방어율로 13승 1패를 기록합니다. 무려 195개의 탈삼진(9이닝당 16.1개)을 잡아냈고, 피안타는 65개(9이닝당 5.4개)에 불과했습니다. 피홈런은 4개, 볼넷도 19개밖에 내주지 않았습니다.
2학년 때 한 경기에서 23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했었다면, 3학년 때는 고작 116개의 공으로 17탈삼진 노히트노런 쇼를 펼치며 스카우터들의 눈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버렸지요. 미 대학리그 역사상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스트라스버그는 스카우터들로부터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에 데뷔해도 18승 이상’이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당당히 신인 드래프트에서 내셔널스에 의해 전체 1순위로 지명, 처음에는 계약금 5천만 달러 설이 오갈 정도로 말이 많았지만, 결국 1,510만불이라는 ‘역대 최고 대우’를 받고 입단이 결정됩니다. 사실 5천만 달러도 결코 허황된 액수는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보스턴이 마쓰자카를 확보하기 위해 포스팅 비용으로 지불한 액수(약 5,111만$)를 고려하면 스트라스버그에게 그 정도 금액을 쥐어주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내셔널스에 입단한 스트라스버그는 올 스프링캠프에서 9이닝 동안 12개의 탈삼진을 잡아내고 2점만 내주는 훌륭한 피칭을 했음에도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이유로, 실제로는 FA 취득 기간을 늦춰보려는 팀의 잔머리에 의해 25인 엔트리에서 탈락합니다. 그리고 단 2개월 만에 더블 A와 트리플 A를 초토화 시키죠.
합쳐서 11경기에 등판한 스트라스버그는 55.1이닝을 던지며 1.30의 방어율로 7승 2패. 피안타는 31개(1홈런)였고 탈삼진은 65개. 더블 A에서보다 트리플 A에서 더욱 완벽한 모습을 과시하며 메이저리그행을 확정 지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첫 번째 선발 등판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이죠. 그런 투수의 데뷔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신인들의 돌풍이 아주 거셉니다. 타자 중에는 21살의 나이로 놀랍게도 4할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천재타자’ 제이슨 헤이워드(10홈런 39타점 .272/.400/.522)와 이미 AL의 정상급 1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오스틴 잭슨(36득점 8도루 .325/.369/.439)이 특히 눈에 띄지요. 그리고 투수들 중에는 ‘스트라스버그의 라이벌’로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주목할 것은 지난해 스트라스버그와 함께 뽑힌 ‘드래프트 동기’이면서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21번째로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빅리그로 바로 입성한 신시네티 레즈의 마이크 리크(5승 무패 2.22)입니다. 이미 경기당 7이닝을 책임지는 에이스로서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으며, 2점대 초반의 방어율로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하이메 가르시아(5승 2패 1.47)도 있지요. 가르시아보다는 리크가 좀 더 좋은 투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쨌든 스트라스버그가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선 저들과의 경쟁에서 우선 승리해야만 합니다.
리크가 메이저리그에서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곤 있다지만,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재능과 구위를 스트라스버그와 비교하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그런 만큼 스트라스버그의 데뷔가 더욱 기대되는 것이지요.
벌써부터 ‘역대 최고’를 논하게 만드는 완성형 괴물 투수의 등장. 메이저리그 야구계가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괴물이 앞으로 보여줄 환상적인 퍼포먼스가 너무나 기대되는군요. 아무쪼록 누구처럼 부상으로 망가지지 말고 오래도록 롱런하는 최고의 선수가 되길 기원합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티스토리 Flicker, MLB.com 홈페이지 캡쳐]
P.S. 방금 스트라스버그가 마운드에서 내려갔습니다. 7회까지 94개의 공을 던졌고, 1홈런 포함 4피안타 2실점. 사사구 하나도 없고 탈삼진 14개!! 데뷔전에서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의 기염을 토하며 환상적인 피칭을 보여주었습니다. 끝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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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멋진 하루되세요^^
2010/06/08 06:55바람나그네 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2010/06/08 10:28나날이 번창하는 블로그가 부럽기만 하네요^^
가르시아는 좀 운이 없는 편이고, 리크는 못 봐서 뭐라 말씀을 못드리겠네여 ㅎㅎ
2010/06/08 08:17D-1입니더.. 완전 기대중..
리크... 제가 보기엔 '괴물의 라이벌'로 손색이 없어 보이더군요
2010/06/08 10:29무엇보다 자신에게 찾아온 찬스를 곧바로 살리면서
자리매김을 한 점에 대해서는 놀라울 뿐입니다.
일단 내일은 스트라스버그의 투구를 맘껏 감상해야죠^^
유튜브 동영상으로 직접 보고 달려갑니다.
2010/06/08 10:57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지금도 있나 모르겠는데
2010/06/08 12:08동영상 중에 스트라스버그의 고속 슬라이더만 따로 촬영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류현진의 직구 스피드로 휘어지는 그 공...
보고 있으면 살떨립니다...ㅋ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경기 때 미국 vs 쿠바 준결승전에서 쿠바전에 등판했었던 투수였죠 아마?
2010/06/08 12:00그때는 150 km 밑으로 안 떨어지는 공을 마구 던지고도 일찍 강판됬었다던데... 뭐 지금은 더욱 더 많이 성장했겠죠 ㅎㅎ
그때 4이닝 2실점이었죠 아마?
2010/06/08 12:07홈런을 하나 맞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전에는 네덜란드인가를 상대로 7이닝 1피안타로 두 자릿수 삼진 잡았던 걸로 기억나네요
그야말로 괴.물 이로군요
2010/06/08 20:33정말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2010/06/09 00:54레전드가 될지.. 비운의 투수로 전락할지..
그나저나 김홍석님..
김석류씨 싸인볼 언제보내주시나요 ㅜㅜ..
잘봤습니다.^^
2010/06/09 09:19종종 소식들으러 오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엌ㅋㅋㅋㅋㅋㅋㅋㅋ 7이닝 2실점 14삼진이고 볼넷은 하나도 안줬네요
2010/06/09 10:07이 경기 나중에 영상 따로구해야겠는데요? 대단합니다.. 7회까지 K/9가 18이라니.
말이 안나올 정돕니다
2010/06/09 10:09홈런 맞은 실투 하나 빼면 거의 완벽하네요...
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엄청나죠 그거.
2010/06/09 10:08왜 하필 시즌 초에 안나오고 6월에 내서 -_-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2010/06/09 14:31하트 군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블로깅 부탁 드려용! ㅋ
오 저도 스트라스버그에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사실 대단하다고만 느꼈지 이정도일줄은 몰랐네요 ㅋ ㅑ 좋은기사 흥미로운기사 감사합니다~^ ^
2010/06/09 16:32야후 블로그에도 답글 달았는데... 와 정말 헉 소리나게 던지더만요... 야후 답글중에 웃긴건지 웃기시려고 한건지... "야구팬인데요 박찬호하고 이선수하고 누가 더 낳나요?" ㅋㅋㅋ... 쓰러졌음...
2010/06/10 10:28솔직히 스트라스버그도 충분히 좋은 투수지만 할라데이 더 훌륭한 투수라고 보는데요;;
2011/02/06 12:23노히트 노런도 많이 했고 일단 완투형 투수니까 그점에서 할라데이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봐요;
잘봤습니다.^^
2011/06/06 02:13종종 소식들으러 오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