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계속해서 검색 유입이 있는 걸 보니 그냥 넘어가긴 힘들 것 같네요. 확실한 입장도 밝히고, 집고 넘어갈 것도 확실히 집고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욕을 먹든, 일이 커지든, 맞는 건 맞다고 하고, 잘못한 것 용서를 비는 게 옳은 일일 것 같습니요.
이번주 <강심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승기 군이 굉장히 멋진 말을 남겼더군요. 저도 보면서 정말로 공감했었습니다.(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신문에 ‘사실’은 있지만, ‘진실’은 없다”
이승기 군의 선생님이 하셨다고 하는데,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의 하나로서 정말 공감 가는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말이야 말로 ‘진리’에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글로는 아무리 잘 표현하려 해도 ‘사실’은 말할 수 있지만, 그 내면에 담긴 ‘진실’은 표현할 수 없습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대중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심지어 언론인 중에서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언론의 목적은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지 ‘진실’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최대한 ‘진실’을 전달하고 싶어도, 그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1+1=2”처럼 수학적인 진실은 쉽게 밝힐 수 있지만, 어떤 가치판단이 필요한 현상에 대한 진실 여부는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죠. 그렇기에 ‘사실’만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겁니다.
“A라는 사람이 칼을 들고 있었다”라는 ‘사실’은 쉽게 전달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누군가를 살해하기 위해서 칼을 들었는지, 아니면 요리를 하기 위해서 칼을 들었는지에 대한 ‘진실’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죠. 섣불리 판단해서도 안 되구요.
저 역시 그런 측면에서 ‘박찬호의 부정투구 논란이 현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충격! 박찬호, 부정투구 논란에 휩싸이다!!)과 흥미를 더하기 위해 곁들이 내용이 많은 오해를 부르고 말았지요. 결국 괜히 저 때문에 일이 더 커질까봐 글을 지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고, 이대로 글을 지우고 도망친다는 느낌을 주기도 싫어서 이렇게 다시 한 번 펜(?)을 들었습니다.
일단은 ‘사실’부터 살펴보도록 하죠.박찬호가 부정투구를 했다는 논란을 미국 현지의 네티즌이 제기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 네티즌이 월드시리즈 4차전 7회에 사바시아를 상대할 때의 박찬호가 손에 침을 뱉는 장면을 발견했나 봅니다. 그 네티즌은 캠코더로 TV화면을 확대 촬영하여 편집한 10초가량의 영상을 유투브에 올렸는데요. 현재 그 영상은 작성자에 의해 삭제되고 없네요. 리플에 계속해서 욕이 달리고, 운영자가 지우고를 반복하더니 결국 지웠나 봅니다.
일단 그 영상에서 드러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기로 하죠.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얼핏 본다면 박찬호가 침 뱉은 손으로 문지르는 것이 로진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저 영상을 만든 사람이 캠코더로 TV화면을 촬영했기 때문에 일그러져 보이는 것일 뿐, 100% 공이 맞습니다. 그건 아래의 MBL.com의 경기 영상을 보시면 그게 공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아쉽게도 유투브 동영상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의 영상을 보더라도 왜 저 장면이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으실 겁니다)
(링크)http://mlb.mlb.com/media/video.jsp?content_id=7111615
또 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왼손에 침 뱉었는데 무슨 상관이냐’라고 하시는 분들인데요. 왼손에 침을 뱉긴 했지만, 그 왼손으로 공을 잡고 문지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문제가 될 여지가 있긴 하지요. 꼭 오른손에 이물질을 묻혀야만 부정투구가 가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자, ‘사실’은 여기까지입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죠. 하나는 ‘박찬호가 손에 침을 뱉은 후 공을 문질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것을 두고 미국의 한 네티즌이 스핏볼이라고 주장하며 유투브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확실한 ‘사실’이죠.
첨부터 글을 쓸 때 그냥 여기까지만 하고 그쳤다면, 제 글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텐데요. 아쉽게도 제가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는 오버를 하고 말았지요. 가치판단을 내릴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흥미를 돋우기 위해 덧붙인 내용이 결국 그러한 가치판단의 근거처럼 비춰지고 말았으니까요.
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국내의 모 메이저리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였는데요. 영상을 보고, ‘허걱’하는 심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나름대로의 조사에 들어갔는데요. SI.com(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단신 뉴스란에 이 영상이 직접 링크되어 있었고, 양키스 팬 포럼에서도 한 팬이 ‘박찬호가 스핏볼을 던졌다더라’는 식으로 남긴 글이 있었습니다. 유투브의 동영상 조회수도 3만이 넘어가고 있었죠.
당시 전 순간적으로 ‘이거 큰일 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좀 격한 마음에 글을 쓰다 보니 여러 가지 쓸데없는 사족을 달고 말았네요. 다소 과장된 표현도 있었고, 괜한 가치판단의 요소가 글 곳곳에 드러나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로인해 글을 읽으신 분들에게 불편함을 끼쳐드렸다면, 그 부분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다만, 제 의도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만 알아주시길 바랄뿐입니다.
다행히 제 바람대로 이 문제는 별다른 파급효과 없는 단발성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일단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그렇군요. 리베라 사건 때는 각도에 의한 착시현상임이 드러났었고, 이번 일에 대해서는 ‘특별히 저 정도는 관행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중론인 것 같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 가치판단의 요소가 포함된 ‘진실’ 여부가 바로 ‘저 것을 두고 스핏볼이라고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는데요. 저 역시도 처음부터 그 부분은 건드리지도 않았고,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그것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그 부분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어쨌든, 별 다른 파급효과 없이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국내 메이저 언론사에서도 그 내용을 가십성으로 다루지는 않았네요.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야구라’의 손윤님이 쓰신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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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사실...fact는 그냥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의 묘사에 불과하지요.
2009/11/05 13:05자연과학에서도 이런 관찰된 사실에 대한 수많은 가설이 나오고 설명하기 위한 여러 이론이 도입됩니다. 사회과학이라면... 사실상 검증조차 불가능한 것이 사회과학이고 언론은 사회과학의 한 분야이므로 그 판단은 독자에게 달려있습니다. 그렇다고 진실이 저 너머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진실을 한 개인이 3차원적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자신의 관점을 취하는 것이지요. 여튼 좋은글 잘이ㅣㄺ었습니다.
첫 번째 줄의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네요...
2009/11/05 14:11공감합니다~
카이저님도 사실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진실이라고 말하는것일 뿐입니다.
2009/11/05 13:57로진을 손에 쥐고 침을 뱉었다... 그게 중계카메라 클로즈업에 잡혔다...
그리고 카이저님은 부정투구가 아니다.
미국 메이저팬들은 부정투구다... 라고 하는것일뿐.
방금 양키스가 우승하면서 논란은 사실상 종결될것같네요.
케니 로저스의 부정투구 '논란'도 결국 갑론을박만 계속하다가 묻혔듯
뭐 저라고 별수 있겠습니까
2009/11/05 14:12언론에게 '객관성'을 유지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무리이지요...
누구나 자신의 기준에 따른 판단을 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제 글은 철저한 '주관성'을 추구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독이 되더라도 말이지요...
안 떨어도 될 설레발을 괜히 떨어놓고 급수습하는 모양새가 영~ 씁쓸합니다 김홍석씨
2009/11/06 06:31공에 이물질을 묻히지 못하게 되어있는 규정이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2009/11/05 14:34다만, 어디까지 허용가능한가.. 혹은 대체적으로 어느선까지 대부분의 선수들이 하고 있는가.. 라는 점을 생각해 봅니다.
국내는 그리 심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긴 혓바닥을 내놓고 보란듯이 손바닥에 침을 묻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것 입니다.
하지만, 그 행위를 보면서 뭐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침의 양이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침을 손에 묻히는 장소가 문제가 되는 것 입니다.
대개 한번의 투구를 끝낸후 투구판을 밟기전에 그런 행위들을 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도 그것을 부정투구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번 찬호도 투구를 끝내고 다음투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한 일이기때문에 다른투수들의 행동과 다를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스핏볼을 던지는 투수들은 대부분 정통파 투수가 아닌 기교파 투수들이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전에 올리셨던 기사도 잘 보았습니다.
그 글을 보면서, 찬호가 잘 던지니 이런 논란도 생기는 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2009/11/05 16:00별 다른 소란 없이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박찬호가 잘 던져서 생긴 일일 수도 있고...
리베라보다 덜 유명해서 그냥 넘어간 것일 수도 있지요...ㅋ
뭐 문제가 확대 되었더라도 별 탈 없이 마무리되었을 것 같지만요
어이없네...사진속 투수는 왼손투수 인데.. 우리의 히어로 박찬호 선수는 오른손 투수입니다~!
2009/11/05 15:42어이없네...
2009/11/05 15:58글은 하나도 안 읽었으면서 댓글은 왜 달았습니까?
사실 저도 TV 중계를 보면서 약간 문제가 될 듯한 장면으로 생각을 했었습니다.
2009/11/05 15:51침으로 공을 문지른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물질을 과다하게 묻혔거나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죠.
미국 투수들 중에는 공을 던지는 손에 침을 바르는 버릇을 가진 선수들이 많은 편이죠.
잘 보고 갑니다.
한국에도 있었죠
2009/11/05 16:01롯데에서 뛰던 에밀리아노 기론...
침을 뱉지는 않았지만
혓바닥을 내밀고 손에 침을 바르는 그 장면은...
식사 중에 보면 가끔 입맛을 떨어뜨리곤 했었죠...ㅋ
지나가다 한마디 적습니다.
2009/11/05 23:15우선 전 그 사실이란 것에 회의적입니다. 과연 정말 사실을 사실대로 전달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거죠. 아무리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해도 그 과정 중에 그걸 전달하는 사람의 생각과 느낌이 뭍어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결국은 누가 전달하냐에 따라 얘기는 달라지는거죠.
어떤 저명한 역사학자와 관련된 일화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 날 집에서 작업을 하던 중에 밖에서 시끄런 소리가 나길래 나갔더니 사람들이 몰려있더랍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사람마다 말하는 게 다 달랐다더군요. 그후로 그 역사학자는 더 이상 역사를 기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도 서로 말하는 게 그렇게 다른데 하물며 자신이 직접 보지못한 과거의 사실을 어찌 내가 있는 그대로 전달해낼 수 있겠는가 하는 이유에서였답니다.
좀 동떨어진 얘기자만 꽤나 오래전부터 아니 어쩌면 언론이 생겨나면서부터 이미 사실이 있는 그대로 전달될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요즘들어 부쩍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망각하고 있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 이 얘긴 기자분께 하는 얘긴 아닙니다. 오해 없기를...
중요한 건, 우리의 박찬호가 정말 자랑스럽다는 것이죠! 박찬호 퐈이링!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