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없을 때는 3할을 치지만 주자만 나가면 2할3푼으로 타율이 뚝 떨어지는 영양가 없는 타자. 6개의 홈런은 모두 솔로 홈런이고, 득점권 타율도 고작 .228에 불과한 40세 노장. 클러치 상황(7회 이후 동점 혹은 역전 주자가 나갔을 때)에서도 68타수 16안타(.235)에 그친 시즌 타율 .273의 그저 그런 타자.
그의 이름값을 감안하지 않고 40세의 노장인 이종범의 올 시즌 성적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위와 같습니다. 정신적인 기여도는 높을지 몰라도, 실제적인 타격의 측면에서 이종범의 팀 기여도는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었죠.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탁월했지만, 찬스를 해결하는 능력만큼은 평균 이하였습니다. 번번이 찬스를 무산시키기 일쑤였죠.
하지만 그런 이종범이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 두 번의 결정적인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의 이름값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해태 왕조의 마지막 적통인 그의 존재감을 절대로 쉽게 봐선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증명해낸 것이죠.
한 때 타이거즈 팬만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야구팬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야구천재’가 12년 만에 한국 시리즈 무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고, 그 장면은 더 없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종범을 6번 타순에 배치한 조범현 감독의 작전은 완벽하게 맞아 들어갔습니다. 오래 쉬었기 때문인지 타자들의 전체적인 컨디션은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참을성’을 무기로 많은 볼넷을 얻어 찬스를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찬스의 해결사는 바로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었습니다.
1-2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의 6회 2타점 역전 적시타, 그리고 3-3의 동점이던 8회의 결승타까지.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야구팬들은 일순간 12년 전의 추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이 이 점은 알고 있었을까요?
올 시즌 이종범은 6번으로 출장한 8경기에서 고작 29타수 5안타, 타율 .172의 매우 빈약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타점은 하나도 없었고, 득점도 고작 하나. 올해 1번부터 9번까지 다양한 타순을 모두 소화한 이종범이지만, 유일하게 .265이하의 타율을 기록한 타순이 바로 6번이었습니다. 게다가 올 시즌 SK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의 타율도 고작 2할(55타수 11안타)에 불과했죠.
이러한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조범현 감독이 이종범을 6번 타순에 배치한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무얼 믿고 23홈런의 나지완을 스타팅에서 제외하고 이종범을 6번에 넣은 것일까요? 조범현 감독의 ‘감’과 이종범을 향한 ‘신뢰’라는 말 외에는 다른 설명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SK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올 시즌 최악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고 있던 6번 타자 이종범은 두 개의 결정적인 적시타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야구의 묘미겠지요. ‘야구천재’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종범다운 모습이기도 하고 말이죠. 몇 년 동안 비교적 조용히 자신의 위치만 지키던 선수가 큰 무대에 복귀하자마자 이처럼 진한 존재감을 나타내다니 정말로 굉장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그는 ‘스타’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것을 갖추고 있는 선수입니다.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과거 그의 전성기 시절부터 시작해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을 비추고 있을 때면, 이종범은 평소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뽐내곤 했습니다. 전성기는 단 5~6년에 불과했음에도, 그의 별명에 ‘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그나저나 1차전 경기에서 심판의 명백한 오심이라는 옥에 티가 또 다시 발생하고 말았네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종범의 위장스퀴즈를 볼로 판정한 것일까요? 더더욱 포스트시즌은 6심제이죠. 그리고 당시 이종범의 스퀴즈 동작은 주심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심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봤을 텐데 말이죠.
결과적으로 1-1이 되었어야 할 카운트가 2볼이 되었고, 이종범은 1-2가 된 후 4구째를 받아쳐서 결승타점을 기록했습니다. 2구째가 제대로 스트라이크로 판정되어 2-1 상황이 되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죠.
많은 전문가와 해설자들은 우리나라 심판의 수준이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들 말합니다.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수준에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메이저리그에서도 현재 포스트시즌 중에 행해진 몇 개의 오심 덕분에 매우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도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네요.
하필이면 이러한 명승부와 슈퍼스타의 부활 경기에 오심이 끼어들어 그 의미를 퇴색시켜버리는지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 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2-1이었더라도 이종범이 쳤을 거라고 믿어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차라리 그게 속 편하니까요. 하지만 찜찜한 기분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군요.
[사진=KIA 타이거즈]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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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엇든 이종범이 야구천재라는 이름값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경기였습니다
2009/10/17 02:43'바람의 아들'이나 '종범신' 등의 별명보다는
2009/10/17 17:02'야구천재'라는 별명이 이종범에게 가장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와, 정말 어제 경기 짜릿짜릿 했습니다. 이래서 야구 보는 맛이 난다니까요. ㅎ
2009/10/17 10:15정말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2009/10/17 17:02사실 1차전은 SK가 잡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걸 잡아내다니...
조금 놀랬다는^^;
볼들어오는것 주시하는것 누구보다 주심이 제일 가까이서 보지 않을까?!
2009/10/17 11:55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스윙으로 보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축구도 골대 옆그물망에 걸리면 반대편에서늘 골인된것으로 보이지 않은가?!
각도상 1루심이 가장 잘 보이죵...
2009/10/17 17:03기아팬이 봐도 분명한 오심으로 인한 결과는 단지 1-1과 0-2 입니다.
2009/10/17 12:40투볼 상황에서 이종범선수는 자신을 거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타석에 임한 상황에서 공 하나를 웨이트했기에 가깝습니다. 투볼 상황에서 기다린 스트라이크를 플러스시켜서 첫 오심을 스트라이크로 했다면 2-1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단정 짓는 것은 평소에 글쓴분답지 않은 말씀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전혀 공에 위력이 없었던 SK투수를 생각해볼 때
1-1 카운트이고 이종범선수가 자신과 정면대결하는 상황이기에 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정대현의 첫 스트라이크 구질은 장타까지 나올 만한 공이었습니다.
그 상황은 그렇게까지 아쉬움을 남길 상황은 아닙니다.
8회말에 기아의 마무리는 유동훈
주자는 2루 3루에 1아웃상황
타자는 타격감이 좋은 이종범
일반적인 작전이라면 채워두고 공에 위력이 하나도 없던 투수는 교체하고 더블플레이를 노려야죠.
정대현의 그날 구위는 전혀 삼진을 속아낼만한 또 타자들이 투스트라이크 먹었다고 방망이에 가져다 맞추기에만 급급할 구위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심은 분명하지만
그게 경기를 좌지우지할만한 큰 오심이란 생각은 안드는군요.
그런 if의 논리를 적용하면...
2009/10/17 17:08만약 2구째를 볼로 판정하지 않았다면
정대현이 3구째를 그렇게 밋밋한 공을 던졌을까요?
혹시 충격을 받고 기분이 상해서 그런 피칭을 했을거라는 생각은 안해보셨는지요?
그런 여러가지 상황의 if를 굳이 계산하고 싶지 않았기에 단순하게 결론지어버린 거랍니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타자들의 경우 1-1상황 이후의 타율은 .253 장타율은 .394에 불과하죠
하지만 0-2상황 이후의 타율은 .305 장타율은 모든 상황 가운데 가장 높은 .493에 이릅니다
두 카운트의 차이는 가히 하늘과 땅 차이죠...
사실... 그 오심은 경기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엄청난 오심이었다고 전 생각합니다
이 블로그는 SK 안티 사이트 인가요? 어떻게 된게 플레이오프 내내 SK 승리에 대한 머릿기사는 단 한 줄도 없고 이종욱이 아쉽다느니, 기아 1차전 승리에 대한 글은 바로 포스팅 되는지..
2009/10/17 13:00오심이 분명하지만 결과에는 영향을 안 미친걸로 믿기로 했다구요?? 참내 어이가 없어서.. 야구에서 공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분이 이런 소리를 하시나요? 이럴려면 야구 사이트 운운하지 말고 차라리 팬페이지로 만드는게 어떠신지..
이 블로그는 SK의 안티 사이트가 아니지만
2009/10/17 17:01이 블로그의 쥔장인 저는 SK의 안티가 맞습니다
답변이 되셨나요?
마작님은 카이저님의 이번 글을 완전히 오해하고 계신거 같군요.
2009/10/17 13:31반어법적으로 오심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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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기 종종 오면서 주로 태클만(..) 달고 있는데, 여러사람을 상대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죠... 카이저님 화이팅하십시오.
어차피 100%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건 그동안의 경험으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답니다
2009/10/17 17:06그냥 50%만 만족해주시면 다행이지요...^^;
이종범 선수 득점권 타율이나 클로즈앤레이트 성적은 좀 저평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2009/10/18 02:12일단 올시즌엔 번트도 많이 댔지만 번트 못지않게 루상에 주자가 있으면 희생타성 강공(밀어서 진루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모든 홈런이 솔로였다는 것도 이 측면에서 보면 클러치 상황에 약하다는 근거로 부족할 수 있습니다. 올시즌 주자가 있을 경우 이종범 선수 풀스윙은 커녕 당겨서도 잘 치지 않기 때문에 홈런이 당연히 나오기가 어렵죠. 실제로 이종범 선수가 올시즌 들어선 타석, 그리고 타순에 비해서 타점이 절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이종범선수의 클로즈앤레잇 스탯은 표본이 너무 적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이종범 선수는 경기 후반 대수비로 교체되어 들어가는 경우도 굉장히 많은데, 이 경우 표본이 적어짐은 물론이고 수비 강화로 인해 교체 된다는 것이 대부분 치열하게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인데 이런경우 타석에서 타격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을것 같네요...
아 맨날 눈팅만 하다가 첨으로 남기는 글이 이런거네요; 암튼 매번 좋은글 잘 읽다 갑니다. 수고하시고 코시 리뷰도 매번 기대하고 있습니다 ^^
2볼이 아니고 1앤1이었으면 그다음이 스트라잌이 아니고 볼이었을수 도 있지 않을까요
2009/10/19 10:25항상 상황에 대해 가능성은 가능성으로 끝나고 실제 상황이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