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조금 내릴 것도 같은 하늘이었다. 우산을 챙겨가지 않았던 그날 오후에는, 카페에 앉아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었다는 뉴스를 들으며 창밖으로 세차게 날리는 가로수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정우성과 고원원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우연처럼 <호우시절>을 보았다.

영화 속의 청두(쓰촨성의 성도)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잠깐씩 스치는 두보초당의 모습만큼이나 청두는 온화한 봄비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빗방울이 거칠어지듯 다가오는 청두의 모습은 조금 아프다.

두 주인공이 서로의 사랑을 향해 채 닫기도 전에 청두는 그 이면에 있던 상처들을 드러낸다.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살아가던 여 주인공은 쓰촨성 지진으로 남편을 잃었다. 새로운 사랑 앞에서도 지난 상처들은 그녀가 맞았던 비처럼 가혹하게 스며든다. 남편의 기일에 재단 앞에서 오열하던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상처를 계속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중국인들의 아픔이 베어 나왔다.

<호우시절>은 원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청두’라는 세 편의 에피소드를 담았을 <청두, 사랑해>의 ‘현재’에 들어갈 영화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이야기가 빠진 <청두, 사랑해> 속의 청두의 모습은 <호우시절>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어딘가가 낯설다.

202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미래의 청두에서 여주인공 먀오먀오는 삼바드럼을 치며 등장한다. 먀오먀오는 2008년 쓰촨성 지진 때 한 소년의 도움으로 살아나 성장한 여인이다. 그리고 그녀를 구해주었던 소년은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그 외로움을 무예로 달래며 성장한 청년 리하오였다.

자신의 사촌 오빠에게 주먹질을 한 괘씸한 청년을 찾다가 보니 리하오였다는 다소 진부한 설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영화의 메시지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초반에 엉뚱하게 등장했던 삼바음악 역시 미래의 청두에 보내는 바람이라는 사실은 최건 감독이 뮤지션 출신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이해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1976년 당산 대지진이 있었던 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거의 청두 이야기는 다예(茶艺)라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문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중국의 또 다른 역사는 자오레이 스스로 그의 삼촌을 고발하게 만들었고, 죄책감으로 인해 그를 광인처럼 살게 만든다. 하지만 찻집에서 만난 샤오홍에게 다예를 가르치면서 둘은 사랑에 빠진다. 주전자를 휘두르는 모습은 마치 무술 같기도 하고 춤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그리고 있는 이들의 사랑은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는 주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 명의 감독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모습과 닮아있다. 더불어 <청두, 사랑해>를 보기 전에 <호우시절>도 함께 본다면 조금은 더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바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록 우리와 문화가 다르고, 그 배경에 깔린 아픔을 완전히 알지 못하기에 언뜻 영화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들을 통해 아직은 낯선 내 이웃들의 상처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진=PIFF 홈페이지]

// PIFF Reporter K.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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