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면 6개월 동안 달려왔던 2009시즌 프로야구의 정규시즌이 막을 내립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도 같고, 꽤나 길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렇게 한 시즌이 또 흘러가네요. 포스트 시즌은 하나의 ‘축제’로 즐기면 되는 거니까요.

올 시즌은 갑자기 타고투저 바람이 불면서 타자들이 힘을 냈던 시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는 누굴까요? KIA의 김상현과 최희섭, 두산의 김현수, LG 박용택과 페타지니, 그리고 SK 정근우 정도가 그 후보로 꼽힐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김현수나 최희섭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군요. MVP를 뽑으라면 김상현을 뽑겠지만, ‘최고타자’를 꼽으라면 전 그 둘을 선택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누가 되건 앞서 이름을 언급한 타자들 전부가 ‘최고’라는 명성에 걸 맞는 개인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타자들임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투수들의 성적은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빈약한 편입니다. 타고투저에 WBC 후유증으로 인한 에이스들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돋보이는 개인성적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네요. 과연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최고로 꼽아야 할지가 의문입니다. 아마도 12월에 있을 골든글러브 수상에 있어 투수를 뽑는데 가장 애를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 ‘2009년 최고의 투수’로 꼽힐만한 후보들을 살펴보려 하는데요. 우선 몇 가지 기준을 정하려고 합니다.

아무리 평균자책점이 낮고 많은 승리를 거뒀다 하더라도 선발투수가 경기당 평균 6이닝도 책임지지 못한다면, 그 선수를 두고 ‘최고’라 칭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삼성 윤성환(5.90)과 SK 송은범(5.25)은 후보에서 제외합니다. 마찬가지로 한 시즌의 최고투수라면 선발 투수일 경우에는 적어도 25경기 이상은 등판해야겠지요. 또한 아무리 불운했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투수라면 패가 승보다 많아서는 곤란하겠죠. 따라서 김광현(21경기)과 봉중근(11승 12패)도 후보에서 제외하겠습니다.

이렇게 4명의 투수를 후보에서 제외하고 나니까 정말 돋보이는 선수들이 없군요. 김광현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 했다면 별 고민 안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참으로 어설픈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남은 후보들을 살펴보시죠.

1. 유동훈(6승 2패 10홀드 21세이브 평균자책 0.55)

0.55라는 기적에 가까운 평균자책점과 0.77이라는 환상적인 WHIP, 그리고 .163의 절정에 달한 피안타율. 65⅓이닝을 던지면서 허용한 피홈런은 고작 2개, 자책점도 4점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소화한 이닝이 적다 하더라도, 이만한 포스는 전성기 시절의 선동열 외에는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한 것입니다.

유동훈은 9회에만 등판한 투수가 아니었죠. 그는 팀의 위기 상황이 되면 언제든 마운드로 올라갔던 선수였습니다. 앞선 투수들이 남긴 주자가 무려 39명이나 되었지만, 그 중 유동훈이 홈까지 밟게 한 선수는 고작 6명(15.4%)에 불과합니다. KIA 투수들은 유동훈 덕분에 자신들의 평균자책점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한 턱 쏘아야 할 판입니다.(참고로 이승호 35%, 이정훈 45%, 임태훈 25.6%, 전현욱 32.8%, 오상민 28.6%, 권혁 20%, 윤길현 15.9%)

윈-쉐어(Win-Share) 포인트를 따져 봐도 18.1점을 획득한 유동훈은 2위 로페즈(13.8점)를 까마득하게 따돌리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입니다. 구원투수인지라 큰 의미는 없다고 하지만 조정방어율이 무려 835에 달하는군요. 규정이닝의 50%이상을 소화한 역대 투수들 가운데 선동열(95년-787)마저 능가하는 역대 최고 수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동훈에게 한 표 던지고 싶습니다.


2. 조정훈(14승 9패 182⅓이닝 175탈삼진 평균자책 4.05)

다승 공동 1위, 투구이닝은 및 탈삼진 2위, 평균자책 9위의 조정훈. 역시 ‘최고’라 불리기에는 좀 부족해 보이는 성적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조정훈은 한 번의 선발 등판이 더 남아 있고, 거기에서 좋은 투구로 승리를 따낸다면 기록에서 풍기는 분위기 자체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다승-탈삼진-투구이닝의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평균자책을 3점대로 끌어 내린다면 기록이 풍기는 포스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요.(참고로 투구이닝은 로페즈와 1이닝 차이, 탈삼진은 류현진과 2개 차이)

조정훈의 많은 승리가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여기는 분들이 간혹 계시던데요. 그건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긴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는 그렇지 못한 투수에 비해 평균자책이 다소 높더라도 오히려 승이 많은 편이지요. 게다가 조정훈은 올 시즌 퀄리티 스타트(QS)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에서도 3승을 챙겼지만, QS를 기록하고 패한 경기도 3번 있었습니다. 또한 승리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마운드를 물려줬지만, 구원투수들이 그의 승리를 날려 버린 것도 3번이나 되지요. 그러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그의 승수는 조정훈이 스스로의 힘으로 얻어낸 것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유동훈이 눈에 보이는 정규 타이틀이 하나도 없는 것과 반대로 조정훈은 가장 주목받는 두 개의 타이틀(다승, 탈삼진)을 따낼 수 있습니다. 투구이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록으로 인정받는 것이죠. 평균자책도 3점대로만 끌어내릴 수 있다면, 조정훈이 먹어 치운 엄청난 이닝이 나머지 모든 약점을 충분히 커버해주고도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평균자책 4위까지 모두 150이닝 미만) 선발투수라는 점도 골든글러브 선정에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죠.


3. 류현진(12승 12패 181이닝 177탈삼진 평균자책 3.63)

역시 한 번 괴물은 영원한 괴물인가 봅니다. 시즌 중반 무너지는 듯 했던 류현진은 후반기에 들어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더니 어느 정도는 그 명성에 어울리는 성적으로 회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탈삼진 1위, 다승 7위, 평균자책 8위, 그리고 투구이닝 3위입니다.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되살아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그의 패가 많은 것이 류현진이 잘못해서가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올 시즌 QS를 기록하고도 패한 경기가 무려 6번, 그 중 절반만 승리했더라도 류현진은 다승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었을 테니까요. 구원 투수들이 류현진의 승리를 날려 먹은 적이 없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4. 로페즈(13승 5패 183⅓이닝 125탈삼진 평균자책 3.24)

로페즈는 올 시즌 선발 투수들 가운데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이 7이닝 이상인 유일한 선수입니다.(2위는 6.75이닝의 조정훈) 투구이닝 1위, 다승 3위, 평균자책 5위로 성적의 밸런스는 굉장히 훌륭합니다. 운이 따라줘서 조정훈과 윤성환이 15승에 실패하고, 로페즈가 투구이닝 1위를 지키면서 14승을 따낸다면 ‘올 시즌 최고 투수’로 뽑혀도 손색이 없겠지요.

하지만 KIA는 단 2경기만 남겨두고 있고, 로테이션상 구톰슨과 양현종이 등판할 차례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조범현 감독이 로페즈에게 기회를 준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로페즈가 가진 모든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맙니다. 가장 중요한 건 조범현 감독의 선택이겠네요.

[사진=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기록참조=Statiz.co.kr]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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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om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구 본지 얼마 안되는 한화 팬인데요.
    저두 류현진 선수가 이렇게 다시 급격하게 회복할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ㅋ
    한화 투수중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것 같기두 하구요.

    잘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들리네요^^

    저기... 그런데, 최소 이닝 규정이 투수는 경기당 1이닝,
    중간계투는 경기당 0.5이닝 인가요?? ^^;;;

    2009/09/22 10:21
    • Favicon of http://mlbspecial.net BlogIcon 카이져 김홍석  수정/삭제

      규정이닝은 경기당 1이닝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올해같은 경우에는 133이닝이 되겠네요

      구원투수에 관한 규정은 따로 없답니다
      그냥 유동훈의 위력을 설명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것 뿐이에요^^

      2009/09/22 11:11
  2. 재규어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자에 후보 한명 빠졌군요~ 롯데 홍성흔~ 타점에서는 좀 밀리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타율과 함께 안타수 및 득점도 많습니다.
    투수는 8월까지만 해도 기아의 윤석민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후반에 결국 무너져버리더군요 WBC 후유증이 올해는 에이스 투수들의 무덤으로 만들었다는 개인적인 생각~ 올해의 투수상은 혼전속의 수상이 예상됩니다~ 부상으로 복귀못한 SK 김광현이 아직도 선발투수 방어율 1위라는게 @.@;;

    2009/09/22 13:34
    • Favicon of http://mlbspecial.net BlogIcon 카이져 김홍석  수정/삭제

      타점이 뒷받침 되지 않는 타율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득점 17위 타점 26위죠
      홍성흔보다는 이대호와 가르시아의 팀 공헌도가 훨~~~씬 높습니다.

      2009/09/22 23:21
  3. Favicon of http://blog.daum.net/cameratalks BlogIcon 카메라톡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국인이지만
    로페스에 한표던지고 싶군요..

    기아가 용병보는 눈은 아주 좋나봅니다.

    2009/09/22 14:25
    • Favicon of http://mlbspecial.net BlogIcon 카이져 김홍석  수정/삭제

      로페즈는...
      팔방미인이긴 하지만 왠지 모든 면에서 2%씩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어서요...ㅎ

      그래도 '용병'이라는 점 때문에 색안경만 쓰지 않는다면 분명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2009/09/22 23:23
  4. 날으는고양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유동훈에게 한표~
    한기주가 무너진 기아가 이정도까지 할 수 있었던건
    김상현과 유동훈의 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담이지만..
    올시즌 기아 용병 둘이 모두 대박을 터뜨렸는데..
    과연 얼마를 줬을까요..

    사실 저는 해태시절부터 타이거즈 팬이었습니다만..
    기아가 용병보는 눈이 특별히 좋아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그 용병들이 기아로 온 것이죠..
    (카메라톡스님 리플보고 문득 생각나네요 ㅎㅎ)

    2009/09/22 21:06
    • Favicon of http://mlbspecial.net BlogIcon 카이져 김홍석  수정/삭제

      동감입니다
      한기주가 무너진 상황에서
      유동훈이 없었더라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 같네요...

      2009/09/22 23:23
  5. 9회말2아웃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 전에 제 개인블로그에 투수들의 승운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어서 확실히 기억나는데...
    류현진 선수가 QS를 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경기 수는 6경기가 아니라 7경기입니다.
    이 중 6경기가 QS+이지요. 완투패 두 번 포함...
    봉중근 선수와 더불어 올 시즌 가장 승운이 없는 투수지요.
    망한 시즌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승, 탈삼진 2관왕이 가능했었을지도 몰랐겠네요...
    부상으로 2군까지 갔었던 류현진이 후반기에 오히려 더 잘 던질거라고 생각한 야구팬은 많지 않은데...정말 놀랐습니다.
    정말이지 이 선수는 수많은 논란을 뒤로 하고 서서히 레전드의 길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그런 단계인 거 같네요...아니, 이미 준비단계는 지났다고 해야 하나ㅎㄷㄷ
    그냥 '괴물' 한 마디로 정리 끝인 듯...

    제게 올 시즌 투수골든글러브 투표권이 있다면 유동훈에게 한 표 던질 거 같습니다. 기아팬이어서가 아니라...진짜 대단하잖아요~
    그러나 정작 기자들은 이름도 제대로 모를 거 같네요;;;
    로페즈는 외국인이어서 어려울 거 같고...
    포스트시즌에서 김광현이 폭풍 활약을 펼친다면 광현이에게 갈 가능성도...?

    2009/09/22 23:05
    • Favicon of http://mlbspecial.net BlogIcon 카이져 김홍석  수정/삭제

      전 분명히 QS를 기록하고도 '패한' 경기라고 썼는데요^^;

      2009/09/22 23:20
    • 9회말2아웃  수정/삭제

      부주의했네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QS를 기록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7경기 중에 무려 6경기에서 패전투수라니; 이건 이것대로 심하네요; 류현진 선수 타자들에게 할 말이 많겠군요ㅎㅎ

      2009/09/23 00:06
  6. ants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면 조정훈 선수한테 던져 보겠습니다.

    유동훈의 올시즌 성적이 무시무시하긴 하지만 그래도 선발투수가 더 예쁘지 않나요-_-ㅋ

    2009/09/23 01:39
  7. Favicon of http://mosechoi.com BlogIcon 모세초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유동훈 선수에게 한표. 데이터에서 말해주듯 실질적인 승리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선수였지요. ㅋㅋ 유동훈 선수 나오면 편하게 기아경기를 보게 되지요~

    2009/09/23 12:37
  8. 유동훈 정말 잘생기지 않았나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봤을땐 생긴것도 별로고 이미지가 그렇게 썩 좋지 않았는데... 전반기가끝날때 이미 듬직하고 믿음직스럽기가 따를자없고 솔직히 2군간 한기주가 전혀 아쉽지 않더군요. 자책점 4점조차 후반기만 따지면 0점입니다. 후반기동안 자책점을 단 한점도 내주지않았다는게.. 정말 멋져보인다니까요 훈남 유동훈!! ^^; 유동훈이 올라오면 상태타자의 타율을 1점대로 급감 ㅋㅋ

    2009/09/25 15:49
  9. ㄷㅇㄴ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어이가 없는게 투수를 비교할때는 기본적으로 방어율과 피안타율로 봐야죠
    승패 세이브는 솔직히 타선이 쏀팀의 투수가
    유리하잖아요

    2010/05/0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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